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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읽는 데 7분

멸균팩의 '재활용 어려움'을 보고 10명 중 4명은 '재활용 불가'로 읽었습니다

분리배출은 몰라서 틀리는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조사를 들여다보니 포장에 적힌 안내문이 오히려 사람들을 엉뚱한 통으로 보내고 있었습니다.

두유팩을 다 마시고 버리려다 뒷면을 봅니다. 분리배출 표시 아래에 작게 '재활용 어려움'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러면 대부분 이렇게 생각합니다. 어렵다는 건 안 된다는 뜻이겠지. 그리고 종량제 봉투에 넣습니다.

그 판단이 틀렸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판단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훨씬 많습니다.

문제의 크기

서울환경연합이 두잇서베이에 맡겨 2025년 9월 25~27일 전국 성인 1,013명에게 물었습니다. 멸균팩에 적힌 '재활용 어려움'이 무슨 뜻이냐고요.

  • 39% 가 '재활용 불가'로 이해했습니다
  • '재활용은 가능하나 어렵다'고 제대로 읽은 사람은 46%였습니다

실제로 어디에 버리느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 25.2% 는 종량제 봉투에 섞어 버립니다
  • 올바른 방법인 종이팩 전용 수거함에 넣는 사람은 24.1% 뿐입니다

그리고 85.7%가 "더 쉽고 명확한 안내가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사람들은 제대로 버리고 싶어 합니다. 다만 안내문을 보고도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몰랐을 뿐입니다.

결과는 숫자로 남습니다. 아시아투데이가 인용한 서울시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종이팩 출고량 7만5,847톤 가운데 재활용된 양은 1만612톤, 약 14% 입니다. 일곱 개 중 여섯 개는 재활용되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가

'재활용 어려움'은 행동 지시가 아니라 등급입니다

이 문구는 포장재가 얼마나 재활용하기 쉬운지 매긴 등급을 분리배출 표시 옆에 적는 제도에서 나왔습니다. 만드는 쪽에는 의미가 있는 정보입니다. 이 포장은 재활용하기 까다로우니 고치라는 신호입니다.

그런데 쓰레기통 앞에 선 사람이 알고 싶은 건 등급보다 어느 통에 넣느냐 입니다. 한국일보는 이 점을 짚었습니다. 표시 아래에 '재활용 어려움'만 적혀 있고, 그 등급을 받게 만든 마개 같은 부분을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는 대부분 빠져 있다는 겁니다.

정보를 만든 사람과 읽는 사람이 서로 다른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멸균팩과 우유팩은 같은 통에 들어갑니다

멸균팩은 알루미늄과 종이를 겹겹이 붙여 만들어서, 선별장에서 일반 종이팩과 따로 골라내야 합니다. 하지만 그건 선별장의 일입니다. 버리는 사람이 할 일은 같습니다. 둘 다 종이팩 전용 수거함에 넣으면 됩니다. 앞의 조사에서 '올바른 방법'으로 본 것도 이것입니다.

일반 종이팩도 쉽게 틀립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종이와 다른 소재가 결합된 종이팩은 폐지와 섞여 나가면 선별 과정에서 제대로 걸러지지 않아 재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같은 통에 들어갈 두 물건 가운데 하나에만 '재활용 어려움'이 적혀 있습니다. 그 한 줄 때문에 두유팩이 종량제 봉투로 갑니다.

규칙이 바뀌는 중입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달(2026년 10월)부터 종이팩 분리배출을 자율로 먼저 시행하고, 2027년 1월부터 의무화합니다. 대상은 300세대 이상 아파트와 150세대 이상이면서 승강기가 있는 아파트로, 약 14만4000동입니다. 전체 공동주택의 약 65%입니다.

방향은 맞습니다. 다만 14만 동이 넘는 아파트가 몇 달 사이에 새 규칙을 주민에게 알려야 하고, 주민은 이미 헷갈리던 문제 위에 새 규칙을 하나 더 얹게 됩니다.

기존 해법은 어디까지 왔나

정부가 손 놓고 있었던 건 아닙니다.

  • 환경부는 2018년 6월 29일 「내 손안의 분리배출」 앱을 내놓았습니다. 품목별 배출 방법을 알려주고, 질의응답 게시판에는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직접 답합니다. 다만 답변에는 일주일쯤 걸립니다.
  • 한국환경공단은 사진을 찍으면 폐기물 종류를 알아보고 처리 방법을 안내하는 AI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인식 정확도는 85%로 소개됐고, 2027년 일반 공개를 목표로 합니다.

그러니 "검색하면 버리는 법을 알려주는 앱"은 새로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이미 있고, 사진 인식도 곧 나옵니다.

그런데 위 조사 결과를 다시 보면 남는 빈틈이 있습니다.

  • 답이 필요한 순간에 앱이 없습니다. 분리배출은 쓰레기통 앞에서 몇 초 만에 결정합니다. 그 순간 앱을 열어 검색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게시판 답변이 일주일 뒤에 온다면 그 쓰레기는 이미 버려졌습니다.
  • 포장에 적힌 문구가 앱보다 먼저 읽힙니다. 사람들이 가장 먼저 보는 안내는 앱이 아니라 포장 뒷면입니다. 그 문구가 39%를 틀린 결론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 수거 이후는 비어 있습니다. 아시아투데이는 의무화를 앞두고도 생산자가 얼마를 부담할지, 광학선별기를 몇 대 둘지, 회수율을 언제까지 얼마로 올릴지 목표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공동주택 민간 수거업체가 잘 참여하지 않고 공공선별장도 부족하다고 합니다.

우리라면 어떻게 풀까

낰낰컴퍼니가 이 문제를 잡는다면, 버리는 법을 더 잘 찾게 하기보다 답을 결정하는 순간으로 옮기는 쪽 입니다.

1. 등급을 행동으로 번역한다. '재활용 어려움'을 만나면 "종이팩 전용 수거함, 뚜껑은 플라스틱으로"처럼 한 줄로 바꿔 보여줍니다. 새 정보를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있는 정보를 읽는 사람의 질문에 맞게 바꾸면 됩니다.

2. 단위를 동네가 아니라 단지로 잡는다. 배출 요일, 종이팩 수거함이 어디 있는지, 아직 없는지 같은 실제 규칙은 단지마다 다릅니다. 그리고 그 규칙을 주민에게 알리는 건 관리사무소입니다. 14만4000동이 몇 달 안에 새 규칙을 공지해야 합니다. 관리사무소가 단지 규칙을 한 번 올리면 주민 모두가 같은 안내를 보는 도구가 바로 지금 필요합니다.

3. 수거함 자체를 입구로 만든다. 앱을 깔고 검색하게 하는 대신, 수거함에 붙은 QR 하나로 그 단지 규칙 페이지가 바로 열리게 합니다. 사람이 이미 서 있는 곳에서 답이 나와야 합니다.

4. 할 수 없는 일은 하지 않는다. 수거 이후 선별과 회수는 소프트웨어로 풀 수 없습니다. 주민이 정확히 버려도 선별장이 없으면 재활용률은 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도구가 내걸 수 있는 목표는 재활용률이 아니라 엉뚱한 통에 들어가는 비율을 줄이는 것 까지입니다. 앞의 25.2%를 줄이는 일입니다.

핵심은 1번입니다. 사람들은 안내가 없어서 틀린 게 아니라, 안내를 읽고 틀렸습니다.

확인하지 못한 것

이 글을 쓰면서 검증하지 못한 수치를 남겨둡니다.

  • 멸균팩 재활용률. 서울환경연합 조사를 다룬 기사는 "2023년 기준 2%"라고 썼지만 원 출처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른 기사에는 "3% 수준"으로 나옵니다. 출처를 특정하지 못해 본문에 수치를 쓰지 않았습니다.
  • 종이팩 재활용률. 본문의 약 14%는 톤수까지 나온 서울시 분석입니다. 그런데 7만5,847톤이 전국 수치인지 서울 수치인지 기사만으로는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기사에는 "19%"로 나오지만 기준 연도와 출처가 없어 쓰지 않았습니다.
  • 조사의 대표성. 서울환경연합 조사는 온라인 패널 1,013명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경향을 보기에는 충분하지만 전국민 비율로 그대로 옮기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 기존 앱의 이용 규모. 「내 손안의 분리배출」 다운로드 수를 확인하지 못해 적지 않았습니다. 환경공단 AI가 실제로 몇 개 품목을 지원하는지도 아직 공개된 자료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쓰레기통 앞에서 몇 초 만에 결정한다"는 관찰이지 측정한 값이 아닙니다. 실제로 사람들이 어디서 막히는지는 단지 한 곳에서라도 직접 지켜봐야 알 수 있습니다. 다음에는 그걸 해보겠습니다.

출처

분리배출멸균팩종이팩불편함 노트